< 2022년 1월 27일 이야기 >
퇴사 후 우울증에 걸린 난
다시 일어나기로 했다
내가 퇴사 후 1년간 얻게 된 것은
전기기사 필기 합격 토익점수 취득
스마트 스토어 개설
마지막으로 우울증이다
나는 중견 기업에서 3년 근무 후
주변에서 만류에도 불구하고
지금이면 용기 낼 수 없을 것 같아
코로나 시국이지만 31살에 퇴사를 하였다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할 일을 명확히 모른 채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공기업을 목표로 퇴사를 하였다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나는 퇴사 후 독서실에서 총무 알바를 하며
전기기사 필기 공부를 하루에
12시간씩 공부 했다
정말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공부를 하면서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일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뭘까라는
고민의 연속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잘하는 게 뭔지 모르니
여태껏 해온 것을 버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내 나이 31살
많지도 않지만 적지도 않기에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물론 이런 내게
' 배부른 소리다 ' 라고 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빚이 많아서 가족이 아파서
생계를 위해 본인의 꿈을 포기한 채
하기 싫은 일을 참아가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그런 분들을 존경하고
꼭 그분들이 언젠가
자신의 꿈을 이루길 바란다
그에 비하면 나는
책임질 가정도 빚도 없어서
뭐든 도전해볼 수 있지 않냐 하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쉽게
인생의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겨우
전기기사 필기에 합격하였고
그 후 대기업 품질관리
경력직 면접을 보고 탈락하였다
이상하게도 아쉽진 않았다
그 일이 하기가 싫었나 보다
나는 취업 말고도 돈을 벌어보고자
해외구매대행업을 한 달간 해보았다
이 얘기는 말하자면 길어지니 생략하고
나는 다시 취업을 해야 되나 싶어
만료된 토익을 다시 취득하였다
이렇게 나는 퇴사 후 1년간
몰입하지 못한 채 방황한 것 같다
하기 싫은 일에 얽매여
무슨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만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이 누적되었다
이렇게 곪아가다 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무관심해졌고
내 소식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웠지만
일일이 내 안 좋은 근황을
얘기하거나 숨기는 게 힘들었다
또한 친구들의 잘 사는 모습에
내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 같아
주변 친구들과의 연락을
다 끊게 되었다
나보다 훨씬 힘들고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점점 못나진 나는
태어나게 된 것을 원망하게 되었고
죽음에 대해 나쁜 생각이
자꾸 차오르게 되었다
결국 나는 망가졌다
점점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졌다
나는 쉬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두 달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서 영화만 봤다
그렇게 푹 쉬면 충전이 돼서
다시 열심히 할 거라 생각했지만
점점 가슴이 답답하고 호흡이 힘들어졌다
내과 검사 결과 이상이 없어
정신과를 방문해보니
불안 장애와 우울증이라고 한다
학창 시절부터 주변에 사람이 많고
밝은 성격을 가졌었고
고3 때부터 한 번도
아르바이트를 쉬지 않고
취업준비를 병행하며
회사 다닐 때는 이직을 위해
퇴근 후에도 새벽까지 독서실을 다녔다
나는 그렇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인데
내게 진흙 같은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생겼을까
무서웠다
나는 이런 상태가 악화될까 봐
약을 잘 챙겨 먹고 상담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가슴 답답함과 호흡은
약을 먹으니 좋아졌다
최근 3개월간 시체처럼 지냈는데
이제 이 구렁텅이 속에서 빠져나오려고 한다
대학생 땐 꾸미는걸 참 좋아했는데
지금은 몇 개월 간 자르지 않은 머리카락과
스트레스 때문에 이 젊은 나이에 반백 발이다
이런 내 꼴을 보면 가족들이 슬퍼할 것 같다
미용실도 예약하고 새치염색도 해야겠다
나는 오전 12시가 되면 꼭 청소기를 돌린다
이상하게 청소기를 돌리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내 집은 아니지만 깨끗이 쓰려고 노력했다
나는 라면을 참 좋아하는데
스트레스받고 우울할 때 폭식하면서
라면을 달고 살았다
건강에 안 좋은 걸 알면서도
이건 정말 끊을 수가 없다
나에게 허용된 유일한 마약이다
오늘은 독서실 아르바이트비가 들어와서
오랜만에 장을 보러 왔다
그리고 공차가 할인한다해서 한잔 하러 왔다
예전에는 왜 고무를 돈주고 씹어먹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이게 점점 맛있더라
나는 마트에 오면 늘 장을 다 보고
요 거북이를 구경한다
저번에 왔을 땐 백 원짜리
동전만 했는데 많이 큰 것 같다
생긴 것도 귀엽지만 저 작은 몸집으로
아등바등 열심히 헤엄치고
땅을 걷는 모습을 보면
뭔가 나도 다시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은 자극을 받게 된다
어제 읽은 책에서 보니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지옥에서 견딜 수 있는
정신력과 체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건
잘 챙겨 먹는 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늘은 마늘종 어묵 볶음과
찜닭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나는 자취 경력 11년이고
군대에서는 잠깐 취사병을 했다
그래서 내 밥 정도는 해 먹을 수 있게 되었다
혼자 살다 보면 그간 몰랐던
어머니의 노고를 느낄 수 있다
맞벌이를 하시면서 집안일도 하시고
매 끼니를 다 챙겨주셨던 게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면서
빨리 효도를 해야겠다고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 꼴이 말이 아니다
효도는 무슨 속만 썩이고 있다
분명 1년 전만 해도 친구들에게
아들 자랑을 하고 다니셨는데...
어머니는 내가 행복하면
본인도 행복한 거라고 하셨다
그 말을 듣는데 감사함보단
속상한 마음이 더 컸다..
일단 안 좋은 생각은 접어두고
맛있게 먹고 기운을 내야겠다
내 나이 32살
내게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열심히 뛰다 보니
물집이 생기고 발이 부어
결국 넘어지게 된 게 아닐까 싶다
물론 세상에 가치 없는 경험은 없다
덕분에 스펙을 쌓고 취업해서
돈을 열심히 저금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몸과 마음은 망가졌지만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내 인생에서 꼭 필요한 시간이 주어졌다
좀 더 어릴 때 이런 시간을 가졌다면
지금 잘 살고 있지 않을까라고
후회해봤자 아무 소용없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내가 정말 원하는 방향으로
다시 달릴 수 있도록
생각하고 실천해야겠다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요
머지 않아 행복하게 웃고 있는 당신을 볼 수 있을 거예요
2022년 01월 27일
유튜브 : 우리들의 인생 이야기, 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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