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03월 23일 이야기
퇴사후 우울증으로 3번째 상담 치료
3년 근무한 회사를 퇴사 후
방황하던 나는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었었고
처음 갔던 정신과 선생님과는 달리
새로 옮긴 병원의 선생님과는
참 대화가 잘 통했다
오늘은 3번째 상담치료 날이었는데
선생님과의 대화가 너무 뭉클할 정도로 좋았었다
나는 오늘 상담이 끝날 무렵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하나 여쭤봤다
사실 최근에 저는 여지껏
저를 아프게 했던 원인이
제 삶에서 제 자신을 쏙 빼놓은 채로
열심히 살아온게 문제였다고 판단해서
앞으로는 타인이 쫓는 삶을 따라 살지 않고
제가 정말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한번 주체적으로 살아보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조금씩 실천해 나가고 있고
그래서인지 무기력하고 무거웠던 마음도
조금씩 가벼워지고 열심히 살아갈
의지도 다시 생겼습니다
그런데 한평생
제가 살아온 환경과 습관이 있다 보니
속으로는 괜찮다고 잘해낼거라고 다짐을 해봐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내가 과연 이렇게 살아도 될까 ?
라는 불안함과 두려운 마음이
증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불안함을 억지로 감추려
애쓰는 것 같은데
이런 생각과 행동들이 괜찮은건지
선생님의 개인적인 소견을 듣고 싶습니다
나의 질문이 끝나자마자
선생님께선 참 흐믓하게
날 바라보시며 말씀하셨다
우기 씨
제 이야기를 말씀드려보자면
저는 경제적으로 그리고 지위적으로
나름 괜찮게 자리도 잡았고
여유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저 또한 아직도 불안합니다
세상에 그 누구도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없어요
불안함의 정도와 그걸 컨트롤하는 능력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그 불안하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더라도
아 불안한데, 언제까지 불안해야할까
난 불안하지 않다
이런식으로 그 불안이라는 감정에 집착하지 말고
그 순간순간에 그걸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헤어나올지가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대부분의 병원에 오시는
환자들 중 80%가 우울증과 불안장애인데
10대 학생부터 직장에 다니는
60대까지 참 다양하게 많습니다
아주 흔하다는거죠
그럼 그 사람들의
공통적인 증상이 뭐일 것 같으세요?
그건 앞으로 살아갈 목표나 이유
그리고 희망이 없어진 분들이 대부분이라는 거예요
그럼 그게 왜 없어졌을까요?
그러한 선생님의 질문에 나는 내경험을
떠올리며 말씀드렸다
타인들이 좋다는 삶 또는
사회가 요구하는 삶에
쫓기듯이 살다가
목표를 막상 이루고 나니
그 삶이 자신에게 안맞다는걸
뒤늦게 깨닫게 되었지만
그땐 다른걸 도전하기에는 자신도 없고
현실과도 타협을 해야 하다 보니
마지못해 꾸역꾸역 살아가다
점점 무채색의 표정으로 무기력해지고
내가 뭐 때문에 이렇게까지 살아가는 거지?
결국은 우울감마저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자 선생님께선 정확히 맞다고 내게 말씀하셨다
나이가 있으신분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그랬었고
요즘 학생들이나 청년들은
좋은 성적, 좋은 대학, 번듯한 직업만이
내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잘못된 사회의 울타리에 갇혀있는 분들이 많아요
나이가 들수록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은 없고
당장 코앞의 경쟁 속에서
해야할 것들이 산더미라
참 바쁘게 살아가시죠
그런데 그렇게 취업을 해도 결국은
자기 자신이 배제된 삶을 계획했다면
그 삶이 크게 만족스러울 수가 없어요
물론 거기서 다른 행복을 찾아
잘 살아가시는 분들도 많지만
병원에 오시는 많은
직장인 우울증 환자분들처럼
그렇지 못하신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우기 씨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앞으로 하시려는 일이
얼토당토않은 게 아니라면
미래의 우기씨의 자식들 또는 스스로에게
자신이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었고
어떻게 삶을 살아가고 싶었는지
그래서 어떻게 열심히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무슨 말들을 전해주고 싶은지
한번 잘 떠올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이야기들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그렇게 하는게 낫겠다 싶은 마음이
한 70% 정도로 생각이 든다면
그냥 뒤도 돌아보지 말고
그 길로 무조건 열심히 하시면 돼요
제가 한 일화를 말씀드리면
예전에 해외에 한 기자가 성공한 ceo들에게
어떻게 그런 훌륭한 선택을 하셔서
성공할 수 있었나요?
라고 물어봤었는데
근데 그 분들이 대부분 말씀하시길
나는 좋은 선택을 할 줄 모른다
단지 내게 선택은 동전 던지기와 같았고
그냥 그게 결정이 되면 뒤도 안 돌아보고
해낼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했을 뿐이다
라고 인터뷰했었답니다.
인생에는 정해진 삶의 방식은 없고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 존재한다는 걸 꼭 기억하시고
신중하게 고민하시되 주변에 휘둘리지 말고
만약 결정하셨다면 그 삶에 집중하셨으면 좋겠어요
나는 선생님의 진심어린 생각과
응원의 말씀을 들으면서
평소에 내가 많이 생각해오던 생각들을
선생님의 생각과 말씀을 통해 직접 듣게 되니
이상하게도 가슴이 뭉클하면서
뭔가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어릴적 아무 생각도 없이
친구들하고 축구하고 게임하고
집에 와선 학교와 학원에서
하라는 숙제를 마지못해 한 뒤
남는 시간엔 재밌는 예능이나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 왔었다
내가 뭘 잘할까 ?
내가 좋아하는게 뭘까?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이런 생각들을 진중하게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 나는 성적에 맞춰
취업이 잘된다는 부모님의 권유로 공대를 갔었고
대학교에서의 삶도 별 다를바가 없었다
그렇게 나의 20대는 남들이 가는 방향을 쫓아
자격증 공부, 대외 활동, 현장실습 등을 하며
스펙 쌓기에 바빴고
그렇게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고
남들이 좋다하는 삶을
나 또한 추구하며 살아왔다
그러면 나도 행복한 건 줄로만 알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공채를 지원할때면
자기소개서의 지원동기란을 작성하면서
내가 이렇게 구라를 잘 치는 사람인지 새삼 깨달았다
속마음으론
니네 회사 돈도 많이 주고 복지도 끝장나잖아
그래서 가는 거지 뭘 물어봐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실상은
저는 어릴적부터 어떠한 경험을 통해
당사의 사업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으며
앞으로 어떠한 상황에 놓인 당사의 비전에
제가 해온 어떠한 커리어를 통해
어쩌고저쩌고 역량을 발휘해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인재가 되고 싶어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라고 마음에도 없는 소설을 써야만 했다
많은 취준생들이 자소설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릴 것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나 같은 가짜보단 진심으로
그 회사에 입사를 바라고
진정성과 간절함이 묻어나는 그런 분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나는 결국 그렇게 나 삶에서
내 자신이 배제된 채 살아왔었고
그 결과가 지금 내 모습이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무기력하게 침대에 파묻혀
시체처럼 지냈던 나는
이젠 더 이상 마지못해
억지로 해야 하는 삶보단
덜 풍족하고 덜 호화스럽더라도
내가 원하는 행복들을 하나씩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해보려고 한다
그 첫 시작이 이 ' 우기 채널'이었고
생각지도 못하게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께서 내게 큰 용기와
힘을 주시고 공감해주셨다
나는 더욱더 이 우기채널을 통해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에
더 힘을 쏟고 싶어졌고
하나하나 어떤것들이 필요하고
해나가야 할지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거울 속 비친 내 모습을 보니
10년간 늘 피곤하고
한숨 섞인 눈빛이었는데
이제는 어릴적 신나게
뛰어놀고 늘 밝았던
그 얼굴빛과 또렷한 눈망울로
선명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이런 내 모습을 보며
불편한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내게 뭐라할지 모르지만
나는 늘 열심히 살아왔었고
열심히만 사는게 답이 아니란 걸 알았다
이제는 불안하고 걱정되는게
당연하다는 걸 인정하고
그만큼 잘되고 싶고
내 인생에 욕심이 많다는 걸
동기부여 삼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불안에 잠식되지 않도록
적절하게 나를 달래주면서
꿋꿋하게 내 길을 가 볼 것이다
오늘은 내가 여태껏 생각해온 것들이
틀리지 않았음을 뭔가 인정받는 기분이 들어
참 따뜻하고 위로받는 하루였던 것 같다
여러분도 불안함과 걱정들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차근차근 해야 할 일에 집중하시면서
한걸음 한걸음씩
천천히 나아가시길 바라겠습니다
제가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
2022년 3월 23일
유튜브 : 우리들의 인생 이야기, 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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